고현준칼럼 -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한 민족의, 한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그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 말일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심사를 통과한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문제다. 이건 뭐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역사를 해석하기에 따라서 그 기술법에 차이가 있을수는 있지만 이건 그 진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하기 때에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볼까?
우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 교과서에서는 “대규모시위가 일어나고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시위대와 충돌이 일어났다.”라고 썼다. 이건 뭐 글자대로라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광주에 사는 사람들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고, 아주 정상적인 수순으로 진압군이 투입되어 그들을 해산하려 했으나 시민들이 개기며 대들었고 그래서 충돌이 났다.’로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적어도 그 시위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압군-계엄군-들은 광주시내에서 어떤 의도로, 어떤 방법으로 시민들을 학살했는지에 대한 기술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예들도 많다. 독재 통치를 했던 이승만에게 ‘영웅’이라는 표현을 쓴 것 하며, 박정희의 유신개헌은 북의 도발 위협때문에 불가피하게 선택되었다는 등 아주 어이없다. 또, 위안부 문제가 1944년부터 시작되어 그 고통의 시간이 얼마되지 않은 것처럼 왜곡해 놓기도 했다. – 실제 위안부 문제는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이외에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기술되어 있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은 없다는 점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당시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되었던 G20회담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노무현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우리가 의장국이었던 APEC이나 ASEM에 대한 기술이 쏙 빠져 있는 대목은 균형감의 문제나 사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참 치사하다 싶다.
이 교과서가 등장한 것도 걱정스럽지만 이 교과서를 집필한 이들이 흔히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학자들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걱정이 생긴다. 집필진들은 한국현대사학회의 전·현직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 4명의 고교 교사들이 있는데 그 중 이명희 교수의 경우, 2008년 한국 근현대사 대안교과서를 펴내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과서포럼’ 운영위원과 뉴라이트 교육운동시민단체인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를 지냈다. 그는 ‘2009 역사교육과정 개정’ 논의 때 일제가 한국 근대화에 끼친 긍정적 역할도 인정하자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지금 일본은 그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독도문제나 위안부문제 등에서 자신들이 국제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오랜시간 인력,시간 등을 투자하고 있는 정황들이 포착된다.
이러한 시점에!
그 대응책을 연구하고 고민해서 아이들을 이끌어줘도 시원찮은 이 판에!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워야 할 역사교과서가 이 모양이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현 정권의 대통령은 한국사가 수능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해당부처들은 곧바로 이를 대입에 반영했다. 대통령 한 마디에 입시제도가 휙휙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놀아웠지만 국사가 대입에 포함된다는 사실 자체는 반가웠던 한 사람으로써 제대로 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없고, 왜곡된 역사관으로 국제인, 세계인, 자연인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교과서는 반드시 재검토되어 정상적인 철학과 도덕으로 우리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