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준칼럼 2 - 세제개편안? 뭐가 문제야??
이 이야기는 한 여인과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오빠, 요즘 세금,세금 하는데 뭔 얘기야? 나도 더 내야 돼?”
예술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이 여인의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잠시 어벙벙하던즈음
“오빠가 뭘 좀 써서 알려줘. 오빠글 읽으면 이해가 잘 되더라구.”
헤벌쭉 웃으며 던지고 간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날 맥북앞에 앉게 했다.
작금 ‘세금’이라는 단어가 겁나 자주 들린다.
‘증세’니 ‘조세평등’이니 ‘부자증세’, ‘부자감세’ 등이 여러차례 들린다. 거기에 ‘보편적 복지’라는 말이 이어서 등장하는 실태다.
연소득 얼마면 세금을 얼마를 걷는단다. 그러니 나는 거기에 해당이 되냐 안되냐 따지는 이들도 많다. 아니 본좌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 따지고 있다.
사실 이 세금 문제는 좀더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쉽게 생각해 보자.
정부 여당에서 제시한 2013년 세제안은 대충 이런 얼개이다.
‘복지 확대와 정부재정건전성을 위한 세원 확보’ 이 말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신다면 본좌의 설명을 들어보시라.
정부의 말을 풀어 해석하면 “보편적 복지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근데 이 보편적 복지라는걸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고로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다른데서 돈을 긁어 오는 것보다는 국민들에게 골고루 세금을 걷는 것이 그나마 가장 공평하다.”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나와 우리의 복지를 위해 정부가 나서 일을 해주겠다는건 매우 반가운 소리다. 나라에서 나의 가정과 일자리에 대해 신경을 써준다. 나의 자식과 나의 부모, 나의 노후에까지 신경 써준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고 므흣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엔 돈이 든다. 그러니 그 돈을 세금으로 내라. 그럼, 당연하다. 날 위해 일해주는데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비용이 들텐데 그 정도 돈은 내 줘야 하는거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한다면? 뭐랄까… 님은 다소 순진하신거다. --;;
최초 2013년 세제개편안이 제시되었을때 전문가들이 막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 결과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인 국민(전체근로자의 28%란다.)들이 세금을 작년보다 더 내야했었다. 다들 뒤집어 졌다. 뭐야? 나도 더 내야잖아. 불만의 목소리가 쩌렁쩌렁(납세자 연맹에서는 세제개편안 반대 서명운동까지 진행했다.) 울려댔다. 이러니 당연히 정부에서는 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액션에 들어 갔다. 그런데 이런 된장! 그 불끄기액션이 영 성에 차지 않는다. ‘연소득 5500만원이하의 근로자는 세금부담이 실질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라는 그 어떤 설명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 원인은 이건 뭐 월급받아 사는 월급쟁이들이 ‘봉’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절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부유층(혹자들은 이들을 사회지도층이라고도 부르더라.)들에겐 세금을 더 내라는 얘기가 ‘소 귀에 경읽기’가 되는 것인지 그들은 이 세금제도 안에서 빠져 나갈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 아주 지랄맞은 것이 지난 정권에서부터 대기업, 재벌에 대해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증세는 커녕 감세를 해주었다는 사실! 이번 정권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너희들 많이 버니까 많이 내’가 아니라 ‘많이 버는만큼 너희들이 실업문제나 경기회복 등을 책임져줘’라는 의지가 너무나 분명해서 여전히 대기업, 재벌에 대해서는 감세를 이어가게 하고, 월급생활자에게는 세금을 늘려 복지를 하겠다는 발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이야말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양아치적 행태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사실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이 적재적소에 잘 쓰이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탈루 뉴스를 볼 때마다 저 씨댕은 29만원밖에 없다며 무려 몇 년의 세월을 호위호식하고 있었는데 우리 세금으로 그 씨댕의 경호까지 해주고 있었다는 점(본좌는 이 부분이 참 화난다.)만 생각해 봐도 그 세금, 그 돈이 우리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골백번도 더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세금을 더 걷을 생각을 하기 앞서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이 제대로 집행이 되고 있는지부터 꼼꼼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는 싸대기를 맞아야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목에 핏대 세워가며 떠들었지만 본좌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살펴보다 보니 적절한 문장이 발견되었다. 인천대 홍기용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봉급생활자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쉬운 길을 택했다.” 는 말씀을 하셨는데 적절해 보인다.
조세행정 분야의 유명한 말 중에 <거위 깃털 뽑기>라는 표현이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상인 장바티스트 콜베르가 “바람직한 조세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지르지 않게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것”이라고 말한데서 유래가 되었는데 깃털(세금)을 많이 얻으려고 거위(경제 상황)를 함부러 다루면 거위가 소리를 지른다는 것으로, 세수 확보를 위해 급격히 세율을 높이거나 세목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한 말이다.
확실한건 이 거위의 울음소리가 이번 2013년.
늘어나는 세금때문에 고통받는 국민들의 곡소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