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만평

고현준칼럼 3 - 흠... '내란음모죄'라...

고현준 2013. 8. 31. 03:14


흠... '내란음모죄'라...



어느 30대 후반의 남성과 나누던 대화다.

내란음모 그거 뭔가 있는거겠죠?”

연신 히죽히죽 웃으며 날 쳐다보던 그 남성의 말이다.

국정원이 이 상황에 말도 안되는 소릴 했겠어요? 뭐라도 있으니까 그랬겠지?”

다소 어색한 사이였기에 슬쩍 엷은 미소만 던진채 의미있는 답은 건내지 않은 터였다.

그의 말을 생각해보자면 최근 국정원이 처해 있는 상황, 즉 국정원 댓글사건 등으로 시작된 국정조사까지 진행된 이 마당에 허무맹랑한 허설을 늘어놓았겠냐는 뜻이었을테다.

 

, 여러분 오늘도 한 번 생각해 보자.

현역 국회의원이 내란 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발부된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통합진보당 이석기의원이 그 당사자인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라고 반발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냐?라며 맞서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내란음모죄는 과연 뭔가?

내란음모죄란 말 그대로 국가를 전복하려고 내란을 일으키기 위한 범죄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흔히 사극 등에서 많이 봐 온 역적모의가 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내란음모죄가 성립이 되려면 두 명 이상이 모의를 해야 한다.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이 국가를 전복하려고 시도했다면 행동에 옮기지 않고 계획만 세워도 처벌할 수 있는 중죄이고, 최고 형량은 말할 것도 없이 법정 최고형 사형까지 가능하다. 

과거 80년 광주 5.18민주운동의 주동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목되면서 내란음모죄를 적용한적이 있는데 이는 역사가 말해주듯 어이없는 이야기였음이 밝혀져 무죄로 판명이 난 적이 있다. 오히려 그 주범이었던 전두환 등이 내란죄를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도 95 5.18특별법에 의해 사면되었었다.

 

사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현역 국회의원이 이 내란음모죄의 당사자라는 점이다.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 적지 않을테고, 이미 우리 사회는 멘붕(?)상태고 이 소리, 저 소리가 난립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를 기소한 집단이 최근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수시로 랭크되는 국가정보원, 국정원이라는 것이 더욱더 이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무엇을 근거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음모죄로 기소했는가.

시계를 지난 5월로 돌려봐야 한다. 국정원은 이 5월에 있었던 한 모임을 주목하고 있는데 이른바 5월 회합이라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은 지난 5 12(이런 젠장 본인의 결혼기념일이다.)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통진당 관계자 등 약 130여명과 모임을 가졌다. 이것이 바로  5월 회합이라는 것인데 그 모임에 목적에 대해선 국정원과 이석기의원측의 이야기가 다르다. 국정원에서는 이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지하혁명조직의 체제전복을 위한 비밀회합이라 말하고 있고, 이의원측은 경기도당원들의 교육모임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오고갔던 대화들이 녹취된 녹취록이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가 되었는데 그 내용을 보고 싶다면 여러 포털 어디에서든 <이석기 녹취록 전문>이라고 검색해 보면 되시겠다. 실제 전문을 이 글에 개제하지 않는 것은 그 출처가 어딘지 모르는 어떠한 글도 이 곳에 싣지 않고 싶은 내 마음이다.

 

아무튼.

녹취록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이나 과격한 언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기겠다.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표현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이해할 자유는 있는것이니까.

하지만 이 상황을 정치적인 이유를 가지고 과대포장하거나 허위사실을 알리면서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건 투명하지 못한 의도에서 떠벌여 지는 거짓말은 그 이상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론적으로 수세에 몰렸다고 생각된 국정원 및 공안세력들이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면 이번 현역의원의 내란음모죄라는 카드는 매우 부적절한 카드일 것이다. 국민을 기만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정권의 안정이고, 정권의 강화이고, 나아가서는 정권의 재창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금의 역사를 살펴 봐도 부정적인 방법으로 얻은 권력이 어디 제구실을 할 수나 있었던가.

그와 달리 이 상황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실제 녹취록에서 언급된 것처럼 병정놀이에 준하는 언사들을 마구 내뱉는 사람이거나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실질적으로 조직화 되어있고, 무언가 구체적 준비를 하는 집단이라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현재로서는 진행되는 수사과정을 지켜 볼 수 밖에는 없을듯 하다. 검찰에서도 투명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 내야 할 것이고, 통진당 및 이석기의원측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밝혀지게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이리 떠들면 종북좌이고 저리 떠들면 보수꼴통이 되는 사회분위기가 우려스럽고 걱정된다 .

 

SBS 8뉴스의 김성준 앵커가 전한 클로징 멘트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미묘한 때에 대형 사건이 거졌습니다. 국민이 놀랐습니다. 시점과 내용으로 때 국가정보원이 조직의 명운을 건 외길 기에 나선 습니다. 진실 말고는 길잡이가 없습니다”

 

내가 보기엔 참 맞는 말이다.

 

2013 8월 마지막날 퓨처러브 10층에서



이 글은 고현준의 개인블로그 blog.naver.com/gogonight에도 같은 내용으로 개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