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르포]신생아실에 나타는 낯선사람들

고현준 2014. 1. 22. 05:00

  탄생 순간부터 돌잔치까지 기록으로 남기는 '성장 앨범'이 최근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업계의 상술이 도를 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내용인즉 업체들이 부모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채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있는 아이들을 찍은 신생아 사진을 미끼로 고가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이었는데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고, 사실이라면 위생상의 문제나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은평구에 위치한 A산부인과를 찾았다. 우선 신생아실로 가봤다. 면회시간이 다가오자 갓태어난 아기를 보기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친인척 그리고 많은 지인들이 찾아왔다. 아시는 것처럼 유리막 건너의 아이들을 보기위해 유리창에 바짝 붙어 연신 웃음을 짓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게 다였다. 어느 누구도 신생아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는 없었다. 


  간호부장을 만나 사실여부에 대해 물어봤다.

산모들이 아이들의 사진은 너무나 원해서 사진사를 출입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했다. 하지만 분만전 산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철저히 구한뒤에야 그 출입이 가능하고, 동의를 하지 않은 산모가 있다면 그 아이는 절대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신생아실을 출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만약 신생아실 안에 전등이 나갔다고 칩시다. 그 전등을 의료인이 갈겠어요?"라며 완벽히 의료인만 출입이 허가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누군가가 출입을 하는 것은 맞지만 산모나 보호자의 철저한 동의를 구한 뒤 출입전 완벽한 소독을 하고 신생아실에 출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차상이나 위생상의 문제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 병원과 연계되어 있는 사진관을 찾아갔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병원은 하나의 사진관과 거래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어떤 경쟁이나 리베이트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봤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산부인과의 경우 산모들의 분만을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 수단이지 병원측의 수익은 없는 행위라고 일축했고, 사진관의 경우 출생에서부터 50일까지 사진을 찍어 서비스를 해주면 더 많은 사진과 더 나은 사진을 원하는 부모의 경우 100일, 돌까지 이어지는 성장앨범을 3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과 옵션으로 선택을 한다는 것이었다. 고로 신생아실을 출입하며 사진을 찍는 것은 일종의 다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서비스이며 판촉의 일환이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활동이 병원측과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서로서로 윈윈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었다. 사진을 제공하지 않는 병원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좋지 않은 병원이라 하여 산모들이 꺼린다는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맘스홀릭'등 여성들의 자주 찾는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라 온 글들을 보면 사실인 것으로 인지되었다. 다만 부모의 동의없이 사진이 불법 혹은 다른 목적으로 유포되는 경우나 신생아실에 외부인이 출입함으로서 생기는 위생상의 문제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것인데 사진관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수 없으며 했다가는 오히려 큰 낭패를 보기 때문에 애써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고, 위생상의 문제도 간호사입회하에 아주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술에 혹한 산모들이 충동적으로 패키지 상품을 계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생후 50일, 100일, 돌 사진까지 담는 패키지 비용은 사진 매수와 앨범 종류에 따라 4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에 달한다. 패키지 계약을 해도 앨범에 들어가는 신생아 사진은 한두 장에 불과하고 무료 제공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원본은 받지 못한다. 김씨는 "멋대로 찍은 아기 사진을 상행위에 이용하는 건 초상권 침해가 아니냐"며 "더구나 원본은 주지 않아 혹시 내 아이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야 할 신생아실에 사진사가 드나들며 사진을 찍는 것도 산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해 서울 강남의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차모(28)씨는 "배 아파 낳은 엄마도 신생아실에 못 들어가고 창 밖에서 아기를 봐야 하는데 외부인이 마음대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산부인과 신생아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기의 부모도 출입할 수 없다. 갓난아기들은 면역력이 약해 병원균 등의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영호 한양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인 외에 일반인이 신생아실에 출입하는 것은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산모들이 딱히 호소할 방법은 없다. 신생아실에 외부인이 출입하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생아실 출입은 가운을 입거나 손에 알코올 소독제를 뿌리는 등 병원 자체 기준에 따른다"면서 "외부인이 출입했다고 행정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많은 산모들이 아이들의 사진을 원하기에 시작된 일이라는 것이 잠정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어느 병원에서 만났던 산부인과 간호사 경력 30년이라는 한 간호사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안전하고 확실한 분만보다는 그 병원의 시설이나 서비스 혹은 태도 등으로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요즘 산모들의 성향에서 온 촌극이라 생각한다. 사소한 서비스를 추구하기 보다는 전문의를 더욱 확보하여 안전한 분만을 원할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는 의견이었는데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만약 산모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가는 병원입장에서는 분만을 포기하고 산후조리원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영모델을 갖출 수 밖에 없다. 이러면서 출산을 장려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얘기도 했는데 이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결국 상술에 상술이 겹친 꼴이 아닌가. 병원은 산모 유치를 위한 서비스로 시작된 것을 왜 산모들이 불만을 제기하느냐라는 입장이었고, 사진관의 경우는 원하는 사람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원치 않으면 안 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었다. 둘 다 위생상의 문제나 절차상의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보건복지부에서도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기에 따지기가 모호했다.   


  전문의료인들의 말에서 한가지만 기억하길 바란다. 신생아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철저히 보호되어야 할 곳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찍히길 바라는 엄마도, 원치 않는 엄마도, 서비스라 주장하며 제공하는 산부인과도 사진관도 그들의 무언가가 아닌 우리 아기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