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육아 일기 2]-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과 게이 페스티벌
상남자인 줄 알았던 프리즌 브레이크의 웬트워스 밀러, 석호필이 커밍아웃을 했다.
그리고 동성애자와의 결혼을 발표했던 김조광수 감독의 청첩장이 공개되었다.
사실혼 관계로 살게 될 텐데 결혼 발표에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까지 공개하다니...
부담스럽게 왜 이러나 싶었다.
이어 국회의원을 향한 결혼 초청 기자회견이 있었다.
9월 7일 청계천에서 열리는 공개 결혼식이 성적 소수자들의 축제가 되길 바란단다.
아. 그제야 그들의 행보가 이해되었다.
나의 기억은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게이 페스티벌 (Gay Pride festival) 로 흘러간다.
매년 6월의 마지막 주말. 시청 앞 광장부터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마켓 스트리트에 차량이 통제된다. 마치 도시가 점령된 듯한 분위기였다.
미국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동성애자에게 관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소수의 약자가 아니라면, 샌프란시스코의 캐스트로 스트리트에 모여 살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1950년 미국 최초로 동성애자 권익보호 단체가 생긴 곳이긴 하지만, 아직도 캘리포니아가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동성애자, 트렌스젠터, 기회를 잡은 노출증 환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임산 6개월의 나와 같은 임산부,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까지.
그 자리에 있어 어색한 사람은 없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유로움 속에서 나는 정말 많이 즐거웠다.
축제의 마지막 날. 일요일 오전은 대규모의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축제의 주최가 되는 이들의 자전거 행렬과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기업, 단체까지 약 2시간에 걸쳐 실로 엄청난 사람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한다.
낯설음은 곧 거부감이다.
축제에 익숙해지며 점차 그들에게 관대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김조감독은 이런 게이 페스티벌의 파워를 기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영리하고 용감하며.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