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육아 일기 3] - 임산부 여행 노하우
휴가철 다 지나 뒷북인거 알지만,
어차피 더위를 많이 타는 산모에게 여름은 여행하기 힘든 계절이었다는 변명으로
이 글을 시작하겠다.
나는 조금 특수한 산모의 시기를 보냈다.
남편의 회사로부터 받은 일년여의 유학기간을 우리는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안식년으로 지정하고, 대부분의 시간과 생활비를 여행에 쏟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가 생겼어도 계속되었다.
요즘 태교 여행이 유행이라는데, 솔직히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잘 모르겠으나
산모에게 여행은 꽤 훌륭한 육체적, 신체적 활력제 임은 분명하다.
게을러지기 쉬운 무거운 몸을 즐겁게 일으켜 적당한 운동을 하게하고,
예민해지기 쉬운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아이가 태어나면 여행은 정말 어렵다.
떠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하는 것이다.
임산부 또는 내가 임산부와 비슷한 체형이다... 하시는 분들 지금부터 주목!
떠나기 전 주치의와 함께 산모의 컨디션을 체크해 보자.
비교 - 33세. 첫아이
입덧, 빈혈, 임신 중독증 없었고, 두통, 요통, 소화불량, 변비 만성적으로 있었음.
출산까지 총 15KG 증가. 타고난 약체.
서론이 길었다. 임산부 여행 노하우~ 출발~!
1. 여행 최적기는 임신 4개월부터 7개월까지
임신 초기는 그저 눕고 싶고 몸이 축축 쳐진다.
그리고 8개월부터는 부쩍 배가 커지면서 확실히 몸이 무거워진다.
난 임신 2개월부터 출산 직전까지 여행을 했지만, 역시 몸이 가벼워야 마음도 가볍다.
2. 패키지 보다 자유 여행.
우리나라 패키지 여행은 대부분 새벽부터 강행군인데다 이동이 많다.
임산부는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에 스케쥴이 널널한 여행을 추천한다.
3. 관광보다 휴양, 도시보다 자연
쉽게 피로해지는 도시 여행에 비해 자연에서의 휴양은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난 의도적인 태교음악보다 자연의 소리가 훨씬 느낌이 좋았다.
4. 비행기 여행
보통 36주 이상의 임산부는 비행기 탑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항공사에 따라서는 28주 이상인 경우도 있다.
몇 주가 되었는지 그들이 알 수는 없지만 배가 많이 나왔다 싶으면 한번씩 제지를 하기 때문에 의사의 소견서나 산모 수첩 등을 소지 하는 것이 좋다.
엑스레이 투시기는 임산부임을 밝히면 손으로 더듬어 검사를 한다.
일반 투시기는 거의 영향이 없다지만 알몸 투시기는 유해하다니 꼭 피한다.
기내에서는 되도록 통로에 앉아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움직여주고
막달이 가까워 올수록 다리 저림이나 부종이 있을 수 있으니 스트레칭과 맛사지도 해준다.
동남아는 새벽 출발이 많은데, 산모의 컨디션을 생각한다면 하루를 손해 보더라도 평상시의 생활패턴을 유지할 수 있는 비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비행이라면 직항보다 경유가 더 편하다.
여섯 시간 직항은 힘들지만, 두 시간 네 시간 나눠 탄타면 자주 움직일 수 있으니 부담이 덜하다.
5. 자동차 여행
나는 자동차 여행을 할 때 하루 4시간 이하로만 이동을 했다. 매일 차를 타다 보니 그 이상을 넘어가면 확실히 다음날 피곤했다.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울퉁불퉁한 길은 좋지 않다고 한다.
꿀렁꿀렁한 승차감은 산모의 입덧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한 시간마다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 해 주는 것이 좋다.
안전벨트는 배를 사선으로 덮지 않도록 허리에 차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6. 음식
임산부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한데, 되도록 시판용 미네랄워터를 권한다.
배탈로 탈수 증상이 생긴다면 태아에게 위험하니 심할 땐 병원에서 즉각 수액 공급을 해야 한단다.
여행지마다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것도 즐거운 태교가 아닐까?
유준이는 아직까지 편식하지 않고 먹성이 좋은 편인데, 그럴 때마다 다양한 음식을 잘 먹어서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여행 중에는 무조건 잘 먹자. 되도록 좋은 음식 먹으려 노력했지만,
여행 중에는 달달한 아이스크림, 초콜렛 같은 고 칼로리도 먹어가며 힘을 냈었다.
7 . 쇼핑
임신 중 산 옷들은 거의 실패했다. 짐작으로 사야 하는데 출산 후 체형이 바뀌기도 하고 애 엄마가 되고 나면 입는 스타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발도 알게 모르게 발이 부었는지 모두 실패했다.
대신 아이를 위해 산 것들은 거의 재미를 봤다.
괌, 하와이, 홍콩, 싱가폴 등지는 육아용품 사기 좋은 곳이다.
특히 세일이나 아울렛을 이용하면 한국 엄마들이 좋아하는 수입 브랜드를 국내 백화점가 이하로 건질 수 있다,
주의 할 것은, 쇼핑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힘든 줄 몰라 급격히 피로해 진다는 것.
쇼핑은 장소와 품목을 집중공략해서 짧게!
다시 오지 않은 기회라고 충동구매 하기 쉬운데 육아용품은 사실 없어도 될 것들이나 내 아이에게 안 맞는 경우가 참 많다.
8. 휴식
쉬고 싶을 땐 염치 불구하고 무조건 쉬어야 한다.
난 피곤하다 싶으면 흙바닥에라도 앉아 쉬었다.
막달이 가까워 올수록 많이 걸으면 배 땡김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배가 당길 때는 곧 바로 휴식을 취한다.
9. 안전
산모는 체중이 급격히 늘고 관절이 약해지면서 발목을 접질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은 기본.
역시 덜컹거리는 것과 미끄러짐을 조심해야 한다.
어디선가 스킨스쿠버를 했다는 산모의 여행기가 있었다.
수영은 임산부에게 좋은 운동이나, 물속은 수압이 상당하고 호흡이 가빠져 산소 소비량이 많다.
여행 중 접하는 스포츠가 은근히 위험한 것이 많다.
순간의 즐거움을 태아의 안전과 바꾸는 도박은 하지 말자!
10. 동반자의 도움
혼자 하는 여행... 그거 싱글 일 때나 멋있지 임산부는 좀 문제 있어 보인다.
임산부는 동행자가 꼭 필요하다.
난 여행 중에 신랑이 짐도 다 들어주고, 줄도 혼자 서 있고, 나보다 더 내 컨디션을 살펴 주었다.
임신은 벼슬이다!
임산부가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누리고 (비행기 탑승 먼저 하기 등) 최대한 주변의 도움을 받자.
그리고 이왕 떠났다면 걱정 말고 맘껏 즐기자~!
그 순간 뱃속의 아이도 당신과 함께 행복할 것이다!
<임신 6개월. Avenue of Giants - Humboldt Redwoods State Park, North 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