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의 여행의 발견 - 순천여행 2
1. 청국장 아귀탕
육지 대표 콩과
바다 대표 아귀가 만나
전혀 새로운 맛을 만들다!
아귀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별별 방법을 동원했었다던 어머님께서
최종 선택한 재료가 청국장.
주객이 전도되어
아귀의 향을 방해하지 않게
은은히 발효시켜
냄새조차 순하다.
생아귀를 쓰기 때문에
내장, 특히 '애'의 맛이 기가막힌데
듬뿍 넣어주시니 감개가 무량.
처음에는 콩나물과 미나리를 건져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다음은 아귀 살을 먹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청국장이 자작할 정도로 쫄아가는데
이 때 청국장을 떠서 밥에 말아먹으면 끝.
아구가 스펀지처럼 청국장을 쏙 머금어
간장을 찍어먹을 필요가 없고,
청국장에는 아구 내장의 향이 녹아들어
어디서도 맛본적 없는 국물맛 탄생.
이 음식이야말로
순천에서도 딱 이 집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다는게 한가지 흠이랄까.
또 언제 맛 보나...
허나,
세상은 넓고
맛있는건 많다는 사실!
쫄깃쫄깃 아귀 대창찜도 강추.
청국장 아구탕 2인분, 2만 5천원.
(1인분 추가에 만원)
2. 순천 웃장 국밥 골목
시장 음식의 대명사 "국밥"
뜨끈한 국물에
밥 뚝딱 말아먹으면
초간단에 배든든!
지역마다, 넣은 재료에 따라
맛은 다르지만
시장의 인심은 어디든 같다.
서민을 대하는 서민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시장.
그래서인지 들어서면 늘 힘이 난다.
순천 웃장 국밥은 특이하게도
돼지머리 국밥이다.
골목 입구부터
두토막 난 돼지들의 미소띤(?) 얼굴이
쫙 깔려있다.
메롱을 연상케하는 돼지 혀도
국밥의 맛에 한몫하는데
담백하고 쫄깃하다.
돼지 육수의 특이한 냄새때문에
왠만하면 즐겨찾지 않는 내게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으니,
그 이유는 콩나물!
국의 반을 차지하는 콩나물이
돼지 냄새를 잡고
그 자리를 시원함으로 채워준다.
2인분 시키면 돼지 수육이 무료.
밥, 국 무한 리필.
3. 짱뚱어 탕
개구리 얼굴에 미꾸라지 몸을 섞은
갯벌의 껑충껑충이 "짱뚱어"
생긴게 맘에 안들어 선뜻 안 시켜진대도
걱정 말것.
짱뚱어는 추어탕처럼 곱게 갈려
국물에 쏙쏙 베어들었다.
잘 익힌 된장과 우거지가 뚝배기 가득하고
들깨가루가 뿌려져 특유의 향을 낸다.
짱뚱어만의 향은 따로 없지만 국물을 묵직하게 해
국물만 떠먹어도 든든하다.
밥에 국물과 우거지를 한 숟갈 듬뿍 넣어 썩썩 비비고,
전라도 꼬돌배기 김치를 하나 척 올려 먹는게 최고의 방법이다.
이름은 익숙치 않아도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맛있게 먹을수 있는
무난한 맛.
먹고 나서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고 나면
"아, 보양식이구나!"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