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의 여행의 발견 - 백령도 2
< 백령도 냉면 >
평양도 함흥도 아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백령도식 냉면.
워낙 평양 냉면 마니아인 나는
솔직히 백령도의 절경보다도
냉면에 대한 기대가 더 컸을 정도다.
코딱지 만한 간판을 단
좀 허술해 보이는 건물에
현지인, 군인, 관광객 등손님이 가득하다.
평양 냉면 계열이라고 알고 갔기에
주저 없이 물냉면과 수육을 시킨다.
(평양냉면은 물냉면,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다. 이거 바꿔서 먹으려면
그냥 집에서 둥지냉면 끓여먹는게 낫다.)
먼저 나오는 수육은 기본적인 기름끼만 품은채
보들보들 혀에서 녹는다.
이 정도 내공이면 냉면도 기대 이상이겠다싶어
기분이 좋아진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면이 돌돌 말아진 모양새가
메밀면을 많이 다뤄본 고수의 솜씨다.
고명은 계란과 오이채 딱 두가지.
그런데 육수의 색이 부옇다.
늘 그렇듯 육수부터 맛보는데
깜짝 놀라 눈이 커진다.
"돼지 육수다...!"
나중에 물어보니 백령도는 소가 귀하기에
돼지 등뼈로 육수를 낸단다.
육수에서는 생강향이 은은하게 나는데
그게 돼지 잡내를 잡아낸듯.
백령도 냉면만의 또 다른 특징은 각자 놓여진
까나리 액젓으로 간을 하는 것.
돼지 고기를 새우젓 찍어먹듯
맛의 보완이 기가 막히다.
메밀면은 메밀 향이 강하고
가늘게 뽑아 쫄깃함도 살아있고 육수도 잘 품는다.
물론 툭툭 잘 끊어지고.
같이 간 일행이나 관광객들은
별로라는 반응.
아무래도 평양냉면 계열의 음식들이
첫 맛을 들이기 어려운 듯.
허나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생각하면 또 침이 고이네.
다음엔 아예
백령도 냉면 기행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