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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새끼 키우다보면

[송이진의 사소한 인터뷰 1] - 세 영재를 둔 엄마 이야기


아들 유준이는 또래에 비해 제법 빠른 발달을 보였다.
모든 부모들이 한번쯤 하게 되는 그 착각에. 나도. 영재란 것이 궁금해졌다.

얼마 전 MBC 스페셜에 소개되었다며 남편이 보여준 기사 하나.
아이큐 210의 천재소년으로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웅용 박사.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잠시 보자면 그는 100일때 이미 19개의 이가 났고, 돌때 한글과 천자문을 떼고, 만 3세에 미적분을 풀고, 이듬해 한양대 청강생으로 입학, 8살에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석박사 수료, 10살에 나사의 연구원으로 일하였단다.

“뭐야 영재가 아니라 괴물 아니야? 허경영 공중 부양하는 소리 하고 있네”
“실제 인물이야! 그런데 순탄치 않은 인생이었고 지금은 평범한(?) 공학박사가 되었대. 유준이 지금 이가 몇 개났지? 영재는 아닌가보다”


요즘처럼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영재의 가치는 매우 높다.
뭐 영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체득한지라, 내 아이만큼은 고생 덜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키우며 가끔 떠오르는 그녀.

나와 같은 방송 일을 하며, 아이 셋을 키우며,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그녀의 아이 셋 모두 영재라 했다. 그녀가 궁금해졌다.

우선 영재에 대해 알아보자.

영재(英才)는 보통아에 비해 정신발달이 아주 뛰어난 어린이를 의미한다. 지능이 전반적으로 뛰어난 지적 우수아와 예술분야의 특수 능력이 뛰어난 특수 능력아로 크게 나뉠 수 있는데 보통 영재, 천재라 함은 전자를 가리킨다.

영재성 테스트는 웩슬러 지능 검사, 다중 지능 검사, 창의성 검사, 심리 검사 등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IQ 검사가 웩슬러 지능 검사다. IQ 검사 중에 유일하게 법적인 효력이 있으며, 학교, 센터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럼 이제 돌직구를 던져볼까?

“언니 애 셋이 영재라면서요?”
"우리 애들이 특별한지는 모르겠는데 상위 3%를 영재라 한다더라? 세 명 다 그 안에 들긴 했어."

웩슬러 검사는 성인용, 아동용, 유아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언니의 아이들은 만3세부터 7세 3개월까지의 유아들을 위한 테스트를 거쳤다.

        

상위 2%도 아니고 0.2%로구나!

연령별 편차가 크기에 검사에서 얻은 IQ 숫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같은 연령집단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상대적 위치가 중요하다.

비교를 하자면, SBS 붕어빵으로 유명해진 연기자 정은표씨의 아들 정지웅은 <영재의 비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IQ 145, 상위 1%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검사들보다 수치가 낮게 나온다 하여 보통 20을 더하기에 지웅이는 165라는 IQ가 산출되었다.


“어떤 계기로 검사하게 된 거에요?”
“큰애가 30개월에 한글과 알파벳을 혼자 떼더라고. 아파트 주차된 차들을 보며 몇 동 몇 호네 하며 다 맞추는 것을 보니 신기해서”

보통은 만 5세에 한글을 읽고 몇 글자 쓰는게 일반적이라던데... 남다르긴 하구나.

“둘째는 고집도 세고 어린이집도 적응 못해 다니지 못했고, 정말 외계에서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별났어. 그런데 결과로는 걔가 셋 중에 제일 똑똑하다니 의외였지”

영재들의 특징 중의 하나가 상상력과 창의성이 풍부하다 보니 엉뚱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보니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지기 쉽단다.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던데... 언니와 형부가 똑똑한가요?”
“글쎄... 어릴 때 아이큐 테스트 결과 내가 제일 높게 나와서 엄마가 떡을 돌리셨대. 신랑도 나보다 나쁘진 않고”


대락 눈치로 멘사 정도는 아니나 그에 조금 못 미치는 140대로 추정.
역시 이론대로 아이의 지능은 유전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가 보다.

“그럼 후천적인 노력은요?”
“우리 애들은 문화센터 다녀보지 못했고 큰애 짐보리 6개월 정도?”
“아니 왜 그런거 있잖아요. 태교도 그렇고 스킨쉽이나 엄마와의 친밀감이 중요한 것도 뇌의 뉴런을 발달시키기 때문이고, 철분을 비롯해 영양 섭취를 잘 해야 하는 것도, 놀이가 중요한 것도 두뇌발달과 연결되기 때문이라잖아요? 그런 것들을 충분히 해줬나 해서요”



그녀는... 뭔가 답을 찾는 듯 우물거리다가... 우물거림으로 끝났다.
내가 아는 그녀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왕성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일을 해왔고, 심지어 셋째는 낳기 전날까지 일하고 출산 한 달만에 복귀 했으니. 좋은 뇌를 만든답시고 열과 성을 다한 스타일은 아닌 듯 보였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닮아 타고난 영재로 결론.

“영재라서 부담인 점은 없나요?”
“사실 애들 키우면서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지. 어디 얼마나 잘되나 보자 이런 시선도 있고,
지 애미가 수학원장인데 애 하나 못 가르치나 할 것이고, 애들 뒤에 내 꼬리표가 붙는 것도 미안할 것 같아.
나도 이런데, 유명한 사람들은 진짜 자기 자존심 때문이라도 애들 잡을 것 같아“


때문인지 그녀는 자신의 동네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방송을 하는 것도 다들 모른단다. 종종 송충이 같은 속눈썹을 붙이고 나타나는 그녀의 정체를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럼 언니는 어떻게 교육 시키고 있어요?”
“큰애는 영재원에 보냈었는데, 야외활동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관두고 지금 영어 축구 가르켜. 둘째는 영재원, 영어, 축구, 오르다. 셋째는 영재원, 영어, 생활체육”

영재원은 영재로 판명된 아이들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사설 학원도 꽤 많다.

“우와 요즘 애들. 학원 대여섯 개 씩 다닌다더니 정말이구나!”
“야! 이거 널널한거야. 예체능은 주1회인걸. 영재라고 더 시키는건 영재원 밖에 없어. 근데 그것도 꼭 필요한건 아닌 것 같아”

“특별한 재능은 키워줘야 하지 않을까? 모차르트가 피아노 없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어봐. 예체능은 그나마 길이 보이는데 지적 재능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거에요?“
“우리 학원 애들 중에 간혹 소름끼칠 정도의 수학천재들이 있어. 근데 대한민국에선 전 과목을 잘해야 인정받는단다. 수학 한 과목 잘해선 좋은 대학도 못가고 공부 잘하는 거 티도 안나. 우리 학원도 수학학원이지만 수학 1등이 아닌 전교 1등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거든”


이런 학교 교육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재능이 낙오 되어 왔을까?

“애들은 확실히 자극을 주면 성장하긴 해. 타고난 영재들이 유리한건 있지만, 학습적으로 푸쉬 하거나 집념을 다해 성공한 영재들이 더 많다니깐.
하지만 엄마의 욕심으로 벗어난 경우를 너무 많이 봤고, 잘 커오던 애들이 사춘기에 훅 가는 경우도 정말 많더라.
난 그냥 저 결과만으로 감사할 뿐이고, 무지 무지 재밌게 노는 우리 애들이 더 좋아“


어디선가 아이의 뇌는 실린더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기에 조금씩 쌓이고 청소년기에 폭발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이야 어리니까 그렇지 잠재력이 있는데 공부 안하면 속상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학습적으로 크게 지능을 써먹지 못할 수도 있지. 하지만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잘 되어 있다면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재능이 있다면 금방 따라 올테고..
중요한건 아이를 케어 할 수 있는 엄마의 능력인 것 같아“



이 글을 쓰기 전 나는 무엇을 기대한걸까?
내 아이가 혹시 영재는 아닌지, 그렇다면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가 궁금한건 아니었을까?

영재 테스트는 그 아이의 특별한 강점과 상대적 약점을 아는 것.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개발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영재 테스트를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나의 지금 머리가 젊은 시절의 것이 아니듯. 아이들의 영재성도 계속 변화한단다.

확실한건, 난립하는 사설 교육기관보다 효과적인 것은 엄마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영재성을 키위기 위한 신빙성 있는 좋은 책들이 정말 많다.
엄마가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영재 만들기 참 좋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