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술이 달다 하고...또 어떤 사람은 술이 쓰다 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날은 술이 달게 느껴지고
또 어떤 날은 입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기까지가
삼만리는 되는 것처럼 쓰디쓰다.
이 수많은 잔에 담긴 술들이 어떤이에게는 달게,
또 다른 어떤이에게는 쓰게 느껴지겠지?
내 손으로 오미자원액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지
올해로 벌써 3년째가 되었다.
작년 9월에 담았던 오미자 원액에서 열매를 건져내며
아직도 색이 살아있는 그 붉은색이 아까워....
못 먹는 셈 치고 30도짜리 담금주를 부어 오미자술을 담근지 6개월 만에
그 녀석을 맛 보았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이 다섯가지를 고루 갖추었다고 해서 오미자(五味子)라고 한다지만
사실 오미자 원액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오묘한 맛들이 그 녀석에게
곁들여져 있었다.
달콤 쌉싸름한 그 무언가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경북 문경의 한 오미자 농장에서 20Kg 을 주문하여
설탕과의 적당한 배합으로 오미자원액을 담았다.
말이 20Kg 이지........그 양을 소쿠리에 담아 송이송이 씻어내고
맘에 안드는 알맹이들을 골라내는 작업은 꽤나 지겨운 일이다.
게다가 1:1 비율을 맞추려면 설탕도 같은 양인 20Kg 을 섞어야 하기 때문에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결국...깨끗이 씻고 설탕과 버무려서 큰 통에 넣어주는
아주 단순한 작업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1년 내내 음료수 사먹을 일 없이
언제든 시원한 오미자를 맛 볼 수 있다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낼 수 있는
나는.......주부 경력 12년차 아.줌.마.^^
(이 녀석이 바로 2013년 수확한 싱싱한 오미자의 모습이다.
탱글탱글 이쁘기도 하여라~~~)
내가 대학다니던 시절에 칵테일 소주라는 것이 유행을 했었다.
대표선수 레몬소주,
화려한 색으로 사로잡는 체리소주,
뒤이어 어찌어찌 만들어낸 파인애플 소주까지.....
몇년 후에는 이상야릇한 대중목욕탕의 오이비누 냄새가 나던 오이소주와
어라.....이건 또 뭐니? 싶었던 요쿠르트소주까지....
(단언컨데.....^^ 칵테일소주는 레몬소주가 대세였던 걸로....)
마실 때는 향에 취해 또 목넘김이 괴롭지 않아 홀짝홀짝 마셔대다가....
일어설 때 휘청 거렸던.....그 옛친구 칵테일 소주들과는 격이 달랐다.
( 올 가을에 새로 담근 2013년도 오미자원액.
3~4달 후에 열매를 건져내고 또다시 오미자술로 변신할 녀석들이다.
참고로.....내가 담근 20Kg는 저런 사이즈가 5~6병정도 되는 양이다.)
아직 불혹도 되지 않은 내 나이에 내 손으로 술을 담그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해야만 하는 일도 아니었지만....
정성스레 만든 무언가를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설렘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다.
몇 해 전부터 오미자의 효능에 대해 방송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오미자원액을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시력강화, 감기예방, 치매예방에 좋고
모 광고에서 말하듯....남자에게 참 좋은데~~참 좋은데~~~
정력에도 좋다고 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나는 의사도 약사도 아닌 관계로
이러한 효능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건...... 맛.있.다.
마실 때 쌉싸름하고 아침에 뒤끝없고 ......
누구든 맛보고 싶거들랑은
야금야금 줄어들기 전에 나에게 오라~~~~
나의 친정엄마는 지금도 인삼주, 포도주, 매실주 등을 담그며
결혼한 세 딸들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밤새 한잔 두잔....술독을 비워가는 그 순간들을
기대하신다.
마시려고 사놓고, 마셔버려서 또 사야하는... 돌고 도는 사이처럼
만들어 놓아서 마시고, 다 마셔서 또 만들게 되는 나.......
나......집에서 술도 담그는 여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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