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저 같은 엄마이신가요?”
“그럼요~ 저 아들만 셋이에요. 큰애가 초등학교 4학년, 막내는 곧 돌이 되네요?”
갓난아기가 있으시다고? 내가 이 병원을 다닌지 일 년이 되어 가는데?
“어디보자... 유준 어머니가 저희 병원에... 아. 셋째 낳고 한 달 후 복귀 할 때 오셨군요”
난 아들 키우기의 고단함을 하소연하며 건강검진을 받았었고,
이 슈퍼맘님은 내가 아주 건강하다는 진단을 내려 주셨다.
귀가... 뜨거워진다.
“소아과는 적성에 맞으신가요?”
“아유~ 애 싫어하는 사람은 이거 못하죠. 애 울음소리를 감당해야 하는데,
아이에게 예민한 사람은 정말 하기 힘들걸요?“
나는 내가 겪었던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혹시 그 선생님들 연세가 좀 있지 않으셨어요?
아무리 아이를 좋아해도 2~30년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짜증나고 힘들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아직 참을만 한데, 열 명이 연속으로 울면 그 열 번째는 정말 힘들거든요.
타이밍이 잘못 맞으면 까칠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거죠“
하루 종일 사이렌처럼 울릴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생각하지 못했다.
모두 곧 손주를 보실 것 같은 분들이셨는데, 누군들 그 소리에 오래도록 담대할 수 있을까.
“요즘 엄마들 대하기 힘들지 않나요?”
“동네마다 차이는 있는데 이 동네 엄마들은 모두 젠틀하세요. 호호호”
나는 다시 한번 인터뷰의 컨셉과 취지를 설명해 드리며, 병원 상호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종종 오진이 일어나는 이유를 물으셨죠? 그거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자, 억울한 사례 하나 이야기 해볼까요.
감기에 걸린 아이가 병원을 다니고 약도 먹었는데 더 심해집니다.
걱정이 된 엄마는 병원을 옮겨보는데, 폐렴이라는 진단이 내려져요.
그럼 전 병원이 오진을 했다고 생각하시겠죠?
폐렴은 놓칠 수 없는 병이에요. 아이의 숨소리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거든요.
감기는 약을 먹어도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더 심하게 진행될 수도 있고,
특히 중이염은 급성으로 새벽에 오기 쉽답니다.
병원을 안 옮겼다면 전 병원에서도 폐렴을 충분히 알았을 거에요“
“그럼 처음부터 큰 병원을 가는 건 어때요?”
“종합병원은 무조건 엑스레이를 찍고 보기 때문에 폐렴 같은 증상을 더 빨리 알아차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무조건 아이에게 검사를 하고 보는 것이 좋을까요?
동네 병원에서 안 될 땐 알아서 종합 병원에 의뢰합니다. 그때 가도 늦지 않아요“
“그래도 용한 병원이 있다던데요”
“병원마다 쓰는 약은 다 똑같아요. 더 잘 낫게 하는 약은 없습니다.
항생제를 처음부터 쓰는 병원도 있는데 그렇다고 빨리 낫는 것은 아니거든요.
바이러스는 약을 먹어도 일정기간 진행이 되기 때문에, 옮긴 병원이 용한 것처럼 보이겠죠.
나아갈 즈음이었으니까요.
용한 병원? 저도 궁금하네요“
사실 나는 가능한 아이에게 약을 안 먹이고 싶다.
가끔은 처방받은 약을 나름의 계산으로 빼거나, 먹이지 않기도 한다.
“미국에선 약을 거의 주지 않던데, 우리나라가 과잉 처방하는 것은 아닌가요?”
“맞아요!
아이와 가족이 감당할 수 있다면 약은 안 먹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어린이 집을 다닌다거나, 엄마가 직장을 다닌다면 힘들걸요?
일반적인 감기약은 아이와 가족이 좀 더 편하기 위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구요.
몸에 축적되거나 내성을 키우진 않아요
처방 받아놓고 안 먹이시면 좀 배신감 느끼죠.
그러다가 심해져서 다시 오면 우리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그보다는 솔직히 말해주시면 그에 맞춰 처방을 안 하거나 약을 줄일 수는 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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