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마다의 소견이 다르겠지만 미국은 종합비타민을 권하던데요
선생님은 왜 비타민을 권장하지 않으세요?“
“유준이는 밥을 잘 먹으니까요. 대신 우유를 적게 먹는다니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권한거에요.
미국은 고기 위주 식단이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조카 아이가 종합 비타민을 먹기 시작한 후로 나물을 잘 먹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몸에 필요한 것을 아는 것이 아닐까?
나물에는 비타민 말고도 많은 영양소가 있는데, 나는 이왕이면 자연식품을 먹이고 싶다.
“그럼 선택 예방접종은 어때요? 비싼데 꼭 해야 하나요?”
“쓸데없이 맞는 것은 없어요. 필요하니까 접종이라는 것이 있는 건데,
나라에서 예산이 없으니 보조가 되는 것은 필수, 안 되는 것은 선택이라 나눈거죠“
“소아과 선생님으로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세요?”
“요즘 엄마들 똑똑하시잖아요.
많은 정보를 검색해보고 이미 진단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분들도 계시고,
다른 병원, 다른 나라는 안 그런데 왜 그러냐. 그런 건 필요 없고 이렇게 해 달라!
하며 처방까지 직접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데 말이죠.
요즘은 예전만큼 소아과를 믿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하시나요?”
“강하게 설명해서 믿도록 해야죠.
그런데 가끔은 사람과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엄마들도 그렇겠지만 의사들도 '나와 맞는 엄마다' 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컨트롤 하지 못해서 쩔쩔매는 경우가 많아요.
큰 애들은 달랠 수 있는데 엄마가 먼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면 저희도 힘들어요.
‘아이 세게 잡지 말라’ ‘눕히지 말라‘ 예민하게 행동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열은 이틀씩도 가기도 하고 단순한 증상은 기다려야 하는데 못 기다리시죠“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불가항적으로 예민해진다. 그리고,
내 아이를, 주치의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엄마에겐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것일 뿐.
“선생님은 엄마들에게 교육하신 것처럼 잘 키우시나요?”
“에이~ 어떻게 그렇게 키워요. 그런 엄마와 아이는 백명 중 한명 될까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니 첫째는 정말 마음대로 안되더라구요. 둘째부터는 조금 되구요.
그냥 바람직한 육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이에요. 저도 그렇게 노력하구요“
내가 부족한 엄마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겠구나. 마음이 편해진다.
“엄마들이 소아과 오기 전 준비하면 좋은 것이 있을까요?"
"병원에서는 아이의 평상시의 모습을 보기 힘들거든요.
피부 발진, 아이 똥은 사진으로 찍어오면 좋고,
기침 소리를 녹음하거나 발달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오면 정확히 볼 수 있어요.
기침. 열 날 때는 시간 적어 오시면 좋고요.
요즘은 스마트 폰이 있어 참 좋은 세상이에요. 사진, 동영상, 녹음 다 되잖아요.
아 그리고 환자가 밀리면 육아상담을 잘 못해요. 대기자들의 불만에 초조하거든요.
복잡한 시간을 피해서 오시면 좋아요.
보통은 평일 어린이집 가기 전 후 또는 월요일 토요일이 가장 환자가 많아요.
예방접종이나 급한 일이 아닐 경우엔 영유아 검진 때나, 나머지 시간에 와주면
좀 더 긴 시간 상담해 드릴 수 있어요. 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랍니다“
소아과 선생님과 엄마.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누가 알아줄까?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라도 잘 챙겨야겠다.
'애새끼 키우다보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이진의 사소한 인터뷰 4- 1 ] - 진격의 뱃살 타파 (0) | 2013.10.12 |
---|---|
[사소한 육아일기 5] - 아이의 밤하늘 (2) | 2013.10.08 |
[송이진의 사소한 인터뷰 3-②] - 소아과 선생님의 속마음 (1) | 2013.09.28 |
[송이진의 사소한 인터뷰 3-①] - 소아과 선생님의 속마음 (0) | 2013.09.16 |
[사소한 육아일기 4] - 아이와 사계절 (7) | 2013.09.11 |